카테고리 없음

'나'를 생각해봤다.

iknuznim 2024. 9. 10. 17:21

가족들 앞에서는 고사하고 친한 친구, 의지하는 형들 앞에서라도 눈물을 보인 적 없이 살아온 나를 보며 다른 의미로 참 대단하다싶다는 생각이 든다.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프로그래밍이 된 사람이기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같달까.

우울함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지라 요즘에 느끼는 이 약간의 우울함이 반갑기까지하다. 이런 감정에서 쓰다보니 드는 생각인데 우울함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건지, 아니면 한켠에 두고 신경쓰지 않았던(혹은 않으려했던) 것인지 싶기도 하다.

프로그래밍된 것 같지않나하는 위에서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니, 정말 오래 전에 가족끼리 노래방에 갔을 때 나의 노래를 들은 엄마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. 준기가 노래 부를 때의 목소리가 참 슬프다고.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나의 내적 반응은 '그렇구나'였던 것 같다. 아마도 그 '그렇구나'는 '느껴지나보다'와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다.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던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싶기도 하다.

좋은 에너지의 사람, 긍정적인 사람, 우울하지 않은 사람을 매순간 선택해왔던 것 같다. 그게 지금까지의 '내가 바라는 나'였던 것 같다. 바뀔까싶기도 하지만, 앞으로의 '내가 바라는 나'가 어떤 모습인지부터 재설정을 해야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. 내가 썼던 노래 가사처럼 내가 조금 더 내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다.

소주 세 잔에 진 두 잔. 취기가 아주 아주 조금씩 잠식해오는 지금이 딱 좋은 새벽이다.